미나 카바니의 역할
"네, 영화에서 옷을 벗은 건 그들의 더러움과 위선으로부터 제 자신을 정화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나라를 떠나도 그 모든 정신분열증과 검열을 함께 가져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란 최고 지도자 정권이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해놓은 수많은 선 중에서도 성과 종교는 가장 철통같은 금기이다. 맑고 투명한 눈빛과 강철 같은 성품을 지닌 이란 배우 미나 카바니는 몇년 전 파리에서 공연된 그녀의 독백극 '나는 미쳤다'에서 이 금기를 거침없이 뛰어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를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2014년, 미나 카바니는 영화 '붉은 장미'에서 부패하고 폭력적인 청년 억압자들인 이슬람 성직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젊은 여성을 연기하고, 러브신에서 나체를 노출한 후, 고국 신문 헤드라인에 '미나 카바니, 이란 최초의 포르노 배우'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녀는 테헤란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연기 학교를 다녔던 프랑스 파리에 남았다. 그 동안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며 자유를 얻기 위해 치러야 했던 고통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다. "떠나든 남든 우리는 불안정하고 망가진, 두려움과 불안에 물든 세대입니다."
2022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이란의 반체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 <노 베어스(No Bears)>에서 주연을 맡은 미나 카바니가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레이터로 특별 출연한다. 빛과 그림자의 대조, 모순과 솔직함, 관대함과 독재, 심지어 그의 삶에 등장했던 수많은 여성들까지. 이것이 바로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그려지는 피카소와 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유명하고 찬사를 받는 예술가의 전기와 함께, 자신의 운명을 찾아 스페인을 떠난 젊은 화가이자, 아나키스트로 의심받아 경찰의 특별 감시를 받던 반항아의 모습도 담겨 있다. 프랑코 정권에 반대했던 그는 독재 정권의 등장으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돌아가지도 않았다. 미나 카바니 역시 신정 체제의 억압적인 시스템에 반항했다. 이란에서 그녀는 자신의 열정이었던 연기를 혐오하게 되었다. "저는 지나 로랜즈(Gena Rowlands), 안나 마냐니(Anna Magnani), 모니카 비티(Monica Vitti)에게서 영감을 받으며 자랐어요. 하지만 제 몸이 가려진 채로 어떻게 모니카 비티처럼, 그녀처럼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요?" "삶의 절반이 거짓이라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없어요." 마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주변부적인 존재, 이방인, 뿌리 뽑힌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얽매여 있던 피카소처럼, 미나 카바니 역시 파리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지며 이중적인 정체성에 사로잡혀 향수와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그녀의 고민이다. 정신분열증과 같은 감정을 안고 다니는 그녀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사는 것이 자유 속에서 홀로 사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는지 자문한다. 그녀의 세대 역시 혁명을 원했지만 세상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미나 카바니는 "오늘날 이란 거리에서 싸우고 죽어가는 젊은 남녀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종교적 미신 때문에 금지된 노래, 춤, 연기 같은 작고 평범한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