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vent
2024년 7월 20일(SAT) 특별한 자리에 함께 하세요
일시: 2024년 7월 20일 (Saturday) 15:00 영화 상영 후 진행
장소: 필름포럼 02-363-2537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성산로 527, 하늬솔빌딩 A동 지하1층

현재 상영중

시대를 초월한 역대 최고의 걸작

<봄>,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보티첼리의 아름다운 예술 세계


[보티첼리_피렌체와 메디치]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 상영관 및 상영 일정 알아보기 ▶▶▶

테리 길리엄에서 앤디 워홀, 데이비드 라샤펠, 제프 쿤스,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초월해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르네상스 미술의 상징, 보티첼리에 바치는 영화적 찬사로 제작된 [보티첼리_피렌체와 메디치]는 권력 투쟁, 음모, 잔인한 폭력으로 점철되는 어둠의 세계이자 동시에 아름다움과 창의성과 천재성이 찬란히 빛을 발하던 예술과 문화의 발전소였던 메디치 가문이 지배하던 당시의 피렌체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였습니다.


INFOMATION

제 목 : [보티첼리_피렌체와 메디치]

감 독 : 마르코 피아니자니

등 급 :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 94분



줄거리

테리 길리엄에서 앤디 워홀, 데이비드 라샤펠, 제프 쿤스,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보티첼리의 영원한 열정과 그의 작품들에서 받은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산드로 보티첼린는 스스로를 “이상적 아름다움의 발명가”라고 자처했는데, 이러한 그의 표현의 절정은 <봄>과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그의 작품들에서 발견될 수 있다

르네상스 미술의 상징이자 천재화가 보티첼리의 예술 세계와

그를 후원한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다큐멘터리

[보티첼리_피렌체와 메디치]


[보티첼리_피렌체와 메디치]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다. 당시 인구 십만 명의 피렌체는 유럽 제일의 도시였다. 그리고 그곳을 지배한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일 마니피코'는 정치적 지도자이자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후원한 위대한 기업가였고,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활동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 그려내었다.


르네상스 미술의 상징 보티첼리의 대표작 <불굴의 용기>, <성모자와 다섯 천사>, <봄>, <비너스의 탄생>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깊이 있게 해설하는 평론가들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화려한 색상의 그림들이 전율을 느끼게 하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는 당대의 그 어떤 예술가들보다 이 시기의 빛과 그림자를 자신의 작품 속에 가장 잘 투영한 예술가였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보티첼리는 스스로를 “이상적 아름다움의 발명가”라고 자처했는데, 이러한 그의 표현의 절정은 <봄>과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작품들에서 발견될 수 있다. 또한 역사적 순간의 몽환적인 재현, 마음을 사로잡는 르네상스 시기 피렌체의 이미지, 놀라운 예술 작품의 촬영 영상, 최고의 전문가, 학자, 미술사가들의 해설을 통해 메디치 가문의 영욕의 역사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인 보티첼리를 새롭게 발견한다. 


'로렌초 일 마니피코’의 등장과 함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예술과 권력의 관계는 모든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 나타났으며 회화, 프레스코화, 궁전, 성당 등에서 표현되었다. 

도심의 공방에서 바쁘게 작업하며 르네상스 시기의 경이로운 예술가들은 피렌체를 하나의 야외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15세기 말 피렌체는 무역과 상거래가 도처에서 이루어지면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고도로 팽창하던 80년대의 뉴욕과 비슷했다.


무엇보다 보티첼리의 정신은 그의 두 걸작 <봄(1478-82년)>과 <비너스의 탄생(1483-85년)>에 담겨 있다. 그가 훌륭하게 묘사한 물망초, 붓꽃, 수레국화, 미나리 아재비, 양귀비, 데이지, 제비꽃, 자스민 등 수백 가지의 다양한 꽃들처럼 <봄>에는 우아함과 조화가 싹트며 <봄>의 정원은 천상적이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작품을 만들었다. >비너스의 탄생(1483-85년)>은 그의 염원이 어떻게 구체적인 실현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날씬한 인물, 부드럽고 조화로운 곡선. 보티첼리가 <비너스의 탄생>에서 그린 얼굴들은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얼굴들에 반영되어 있으며, 이들 얼굴들은 여전히 독특하지만 비슷했고, 그리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원형으로서 시간을 초월하여 집단적 기억에 각인될 운명이었다. 


1510년 세상을 떠난 이 위대한 예술가의 그림은 19세기에 이르러 재발견된다. 시인이자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는 단 몇 파운드에 <스메랄다 반디넬리의 초상(1472)>으로 알려진 여인의 초상화를 구입했는데, 이 초상화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에 영감을 준다. 그리고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사진, 패션,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보티첼리의 작품은 공간과 시간의 장벽을 넘어 우리에게 다가왔고, "이상적 아름다움의 발명가" 산드로 보티첼리를 만나기 위해 오늘날에도 열광적인 인파가 우피치 미술관의 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처럼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과 그들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보티첼리_피렌체와 메디치]는 4월 24일 개봉될 예정이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전설적인 시대를 재발견하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보티첼리의 작품과 시선을 통해 그와 동시대에 살던 동료 시민들의 개성과 일에 대한 열정, 치열한 경쟁, 올바른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그들의 능력 그리고 고객을 늘 만족시키는 높은 실력과 정신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관람평

지난 4월 24일, 영화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가 국내에서 처음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건국대 캠퍼스 KU시네마테크를 찾았다. 관람시간(pm 2:50)에 맞춰 도착했는데 극장의 객석 수는 152석으로 크진 않았지만 아주 편안하게 관람했다.

평소 피렌체와 산드로 보티첼리 그리고 메디치 가문에 많은 관심이 있었기에 매우 흥미롭게 영화를 봤다. 다큐멘터리 영화였고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었기에 영화를 이해하기 쉬웠다.

영화는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봄'과 '비너스의 탄생'이 중심이 되어 보티첼리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그의 본명은 알레산드로 디 마리아노 디 반니 필리페피이지만, '작은 술통'이라는 뜻을 가진 <보티첼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피렌체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위대한 자'(IL Magnifico)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의 후원을 받았다.

1492년, 로렌초가 죽으면서 피렌체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었다. 또한 15세기 말이라는 세기말적 상황에서 대중들은 종말론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도미니코회 수도사 '사보나라'가 대중의 허영을 지탄하고 갱생을 촉구하며 시뇨리아 광장에서 사치품을 불태우는 '허영 화영식'을 열었는데 이때 보티첼리는 사보나롤라의 신봉자가 되어 자신의 많은 그림을 불속에 집어넣었다. 이후의 그림에서 이교도적인 색채를 지우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했다고 한다.

보티첼리는 1510년에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가 사망했고 이후 그의 작품들은 수장고에 잠들어 있다가 거의 300년이 지나서 '라파엘 전파'에 의해 다시 세상에 알려졌고 빛을 보게 되었다.

라파엘 전파(BDiE)는 1848년에 윌리엄 홀먼 헌트,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등 영국의 화가들이 결성한 개혁적인 문예 유파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



보티첼리… 문화는 힘이 세다

메디치家, 예술에 막대한 투자
르네상스 화려함 꽃피운 계기
보티첼리도 든든한 후원받아

‘비너스의 탄생’등 걸작 남겨
문화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
K-컬처를 키우고 빛내는 길


- 글, 황영미 -

시네라처문화콘텐츠연구소장

영화평론가, 前 숙명여대 교수

일본의 후쿠다케재단은 나오시마라는 황무지 섬에 과감하게 투자해 나무를 심고 미술관을 건축하여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찾아 멋진 예술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 이미지와 가치를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많은 수익도 거둔다고 한다. 오늘날 문화는 국가 경쟁력이나 사회·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르네상스 문화를 주도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가(家)다. 메디치 가문은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을 후원하며 헬레니즘 문화를 부활시켜 문화운동의 붐을 일으켰다.

신(神) 중심의 중세적 사고를 내던지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인간관과 자연관을 표현하는 문화예술부흥 운동인 르네상스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화가들과 세계적인 미술관을 다룬 명품 4K 다큐멘터리 9편이 ‘세기의 천재 미술가 세계의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개봉된다. ‘새로운 아름다움’의 창조자로 불리는 화가 ‘보티첼리’의 예술 세계를 다룬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가 지난 4월 말 첫 번째로 개봉됐다. 보티첼리의 두 대표작으로 꼽히는 ‘봄’과 ‘비너스의 탄생’을 비롯해 그의 유명 작품들을 미술관에서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상세히 볼 수 있고, 전문가들의 해설이 곁들여져 보티첼리의 예술성을 새롭게 재확인하게 한다.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지원을 받아 역사·신화·종교·인물을 소재로 수많은 걸작을 그렸다. 이 다큐멘터리는 보티첼리 작품의 미적 아름다움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화면을 장식하면서 관객을 압도한다. 작품의 부분 부분을 클로즈업해 시대 배경과 함께 관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보티첼리라는 범접할 수 없는 예술가의 세계에 근접하게 하면서 전율케 한다. 또한,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작품 속에 담긴 동방박사들의 얼굴에 메디치가 사람들의 얼굴이 구현됐으며, 심지어 메디치가의 정점을 구축한 로렌초 메디치의 시선이 관람객을 향하고 있다는 것까지 설명한다. 즉, 이 작품이 메디치 가문의 가족 초상화가 되는 셈으로, 메디치가는 예술에 투자해 평민 출신이었던 메디치 가문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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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가문을 둘러싼 정쟁과 권력 암투가 누아르 영화처럼 재현돼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한다. 메디치가를 유럽 금융 권력의 정점에 올려놓은 로렌초 메디치는 교황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왕에게 돈을 빌려줄 정도로 막강한 금융 자본을 가진 메디치가의 후계자였다. 그러나 점점 막강해지는 메디치 가문의 부와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에 의해 어린 시절부터 수차례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던 로렌초는 호신술과 검술도 갖추게 된다. 두오모 성당에서 예배를 보던 중 메디치가와 사이가 좋지 않던 교황 식스투스 4세의 암살 기도로 동생 줄리아노를 잃는다. 십여 차례나 자상을 입은 동생이 숨진 이후, 로렌초가 암살에 연루된 인물들을 하나둘씩 처단해 거리에 시신을 매다는 등 피렌체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과정도 영화 속에 전개된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은 실제로 오늘날 화폐 기준으로 수천억 원을 예술 사업에 쏟아부었다. 도시국가였던 피렌체에 귀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학교와 도서관 등을 세우고 예술가들은 물론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신곡’을 쓴 단테 등 위대한 과학자·작가·철학자를 후원했다.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여 메디치궁에 장식해 피렌체에 문화의 꽃이 만발하게 하였다. 메디치가의 사무실은 우피치미술관으로 만들어져 오늘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당시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보티첼리의 예술이 오늘날의 예술과 문화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앤디 워홀, 레이디 가가 등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사례를 등장시킨다. 앤디 워홀은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색감을 달리하면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포스트모던 팝아트를 구현했으며, 보티첼리의 작품이 여러 상품에도 이미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이 다큐멘터리는 놓치지 않는다. 메디치 가문이 번 재산을 예술에 투자해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어떤 정신이 숨어 있을까. 권력과 부만 손에 넣는다고 해서 가문이 가치 있게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는 힘이 세다. 문화에 대한 투자가 바로 기업을 가치 있게 만드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예술가들을 과감히 지원해 K-컬처를 세계적으로 빛내는 기틀을 만드는 것이 세계 경제력 10위대인 대한민국의 부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일 아닐까? 영화 ‘기생충’의 해외 수익이 3000억 원이었다는 사실을 문화가 가진 힘의 사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은 음악가·화가·무용가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많다. 하지만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재능 있는 예술가가 많이 묻혀 있다. 국가와 기업 차원의 과감한 후원이 문화 경쟁력이 있는 멋진 국가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이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셨다. 


글 | 황영미


[arte] 신지혜의 영화와 영감

피렌체의 보티첼리는
美의 창조자이자
고독한 스토리텔러




# 1 그는 보티첼리이다

산드로 보티첼리. 우리는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림 한두 점 정도는 떠올릴 수 있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름이며 피렌체의 황금기를 대변하는 화가이다. <비너스의 탄생>, <봄> 등 보티첼리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고 간결하고 부드러운 붓 터치와 아름답고 신비로운 색감, 우아하고 묘한 매력을 담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과 표정은 관람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 정도가 과연 그를 혹은 그의 작품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모든 것일까?

영화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보티첼리와 그의 작품들을 심도 있게 조명하면서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다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 2 보티첼리는 스토리텔러이다

보티첼리는 늘 이런 고민을 했다.
문맹자가 많던 때, 그들에게 효과적이고 즉각적으로 그리고 다수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림이었다. 특히 성서의 장면들을 그림으로 보여주면 고가의 책을 구입할 수도 글을 읽을 수도 없었던 대다수의 대중들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림과 그림에 담긴 내용의 아우라 덕분에 신앙심을 고취 시킬 수 있었다.

이후 사진이나 영화 또한 이런 역할을 이어받게 되었고 실제로 러시아 혁명을 이끈 레닌은 어마어마한 국토에 퍼져 있는, 대다수가 문맹자인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혁명을 선전하고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영화를 이용하지 않았던가.

사진 또한 이런 역할을 벗어버릴 수 없다. 독수리의 눈앞에 있는 어린아이의 겁에 질린 모습, 네이팜탄 때문에 고통과 공포로 일그러진 어린 소녀의 모습 등 사진 한 장이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그림, 사진, 영화 등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다층적인 감상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된다. 보티첼리는 이렇게 그림 한 장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기법과 어떤 색감과 어떤 구도를 이용해야 할지 영민하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게다가 작품 속에 누구를 어떻게 등장시켜야 할 것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피렌체 산타 트리니타 성당의 <동방박사의 경배>를 보라. 당대 실권력자인 메디치가의 아들들의 얼굴이 들어 있으며 그 권력의 정점을 찍은 로렌초는 물론이고 화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 더구나 보티첼리의 시선은 관람객을 향해 있다 –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이 아니라 시대의 권력과 그 권력을 대변했던 화가 자신의 위치와 명성, 관람객을 바라보는 시선 처리로 한 시대를 목도하고 지근거리에 있던 자기 자신을 명기해 놓고 있다.

보티첼리는 <성 암브리지오 제단화>에도 역시 로렌초, 줄리아노 형제와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성화 속 이야기에 당대의 실존 인물들을 첨가함으로써 당대의 권력가가 누구인지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양미술은 기독교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진 종교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신자들에게 그림으로 보여서 성서의 내용을 알리고 신앙심을 심어줘야 했으니 말이다. 이런 성화 속에 누군가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것은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예술을 주도해 나가는지 누가 도시의 패권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성화 속 이야기에 함께 들어가 있는 인물이라니. 그것은 단순히 그림 속에 누군가의 얼굴을 그려놓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서 속 사건에 함께 했던 인물이라는 아우라를 심어주는 것이며 그것은 곧바로 권력과 패권을 상징하는 것이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 3 보티첼리는 파이오니어이다

보티첼리는 이처럼 대단한 스토리텔러였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시대를 주도해 나가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스메랄다 반디넬리의 초상>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꽤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이 여인의 초상화는 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티첼리의 그림 속 여인들은 당대의 포즈를 벗어나 3/4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이 작품 속 여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초상화 속 여인들의 시선은 늘 정면에서 돌려져 있었고 얼굴을 정면 가까운 각도로 잡는다 해도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보티첼리의 ‘시선’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시대의 관습이나 관습의 토대가 되는 집단적 의식 혹은 정신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티첼리는 그림 속 여인의 시선을 정면으로 당당하게 틀어 놓음으로써 집단적 사고의 흐름을 틀어버린 선구자가 되었다.

이 또한 보티첼리가 예술이 갖는 힘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고 예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예술이 동시대의 집단적 의식을 서서히 끌고 갈 수 있음을, 각도를 돌려놓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보티첼리의 시대는 예술과 권력의 사이가 무척 가까운 시대이지 않았는가. 권력가들은 앞다투어 당대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을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불멸하도록 만들었고 서로의 관계 강화를 위해 빼어난 예술가들을 보내주기도 했으니.

이런 관계와 패권 속에서 보티첼리의 화풍과 소재가 조금씩 바뀌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이야기의 소재와 흐름을 영리한 구도와 배치를 통해 구현할 줄 알았고 그림 한 장이 가지는 다층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천재 예술가였다




# 4 보티첼리는 인플루언서이다

사실 보티첼리의 작품들은 이후에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 유명한 <봄>도 오래도록 수장고에서 잠들어 있었다고 하니 그의 작품들을 지금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일일 수 있다.

당대 크나큰 명성을 누렸던 보티첼리였지만 말년은 허무하고 쓸쓸했고 그의 작품들은 곧 잊혀졌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은 ‘라파엘로 전파’ 덕분인데 19세기 들어서 다시 ‘발견’된 보티첼리의 그림들은 이후 엄청나게 재해석되고 인용되면서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그의 작품이 재해석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처럼 어떤 유행이나 트렌드도 시간과 함께 돌고 도는 것이 아닌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거기에는 반드시 문화콘텐츠에 대한 재해석과 시대적 변화가 담겨 있고 나아가 새로운 흐름과 방향을 창출한다.

보티첼리의 작품들은 그의 시대에도 단순하지 않았으며 지금 또한 그러하다. 그저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 한 장이 아니라 들여다보고 살펴볼수록 다양한 이야기층이 숨어 있고 많은 시도와 의도가 들어 있는 거대한 콘텐츠인 것이다.




# 5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문화콘텐츠에는 많은 것이 실린다. 그것은 결국 어떤 이야기로 귀결될 것이다. 표현방식이 다르고 장르가 다르지만 핵심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예술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에 귀를 기울인다면 오랜 시간을 거슬러 분명 무언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는 아주 잘 짜여진 구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보티첼리의 생애와 작품을 훑는 것이 아니라 보티첼리가 남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다층의 의미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서양미술사에서 어떤 족적은 남겼는지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현대에 와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으며 어떤 시각을 잡아낼 수 있는지 탄탄한 흐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 편의 그림이 사진이 영화가 가지는 다층적 의미는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보고와도 같고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깊은 유대와 집단적 상상력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보티첼리의 작품을 새로운 마음으로 더욱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를 영화는 설명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 구도와 인물들의 배치, 시선, 신화적 요소와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며 예술가들의 레퍼런스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것이 보티첼리의 재능이며 이것이 보티첼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글 | 신지혜 칼럼니스트·멜팅포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새로운 문화운동의 물결이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화가들과 세계적인 미술관을 다룬

명품 4K 다큐멘터리 9편이

“세기의 천재 미술가 세계의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2024년 4월부터 12월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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